[환경일보] 최인영 기자 = 국내 연간 담배 판매량은 약 700억 개비로 이중 상당량의 담배꽁초가 불법투기 되고 있다.
담배필터는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으로 흡연과정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불법투기를 통해 하천과 바다로 흘러들어갈 경우 미세플라스틱 및 해양오염 문제를 야기한다.
길거리 담배꽁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단투기방지 정책을 마련하고, 전용수거함 설치 및 역수거 모델 적용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국민 인식개선 캠페인과 더불어 담배꽁초의 특성을 반영한 수거체계 마련, 필터성분 대체재 연구 촉진, 무단투기 감축목표에 대한 장기 로드맵 구축 등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진국의 경우 담배꽁초 폐기물처리가 생산자 부담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모델 삼아 국내에서도 담배 제조사들이 자발적 협약을 통해 수거비 부담 및 해양오염저감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펼쳐졌다.
담배 제조사의 자발적 처리 필요
사단법인 에코맘코리아(대표 하지원)가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담배꽁초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고자 ‘제8회 지구를 위한 콜라보 토론회’를 2월28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했다.
토론회는 ‘脫 플라스틱 코리아, 길거리 담배꽁초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문진국 의원이(비례대표, 자유한국당) 주최하고, 학계·전문가를 비롯한 정부·지자체, 시민단체, 관련 업계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판매 중인 담배의 90% 이상이 플라스틱 필터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꽁초는 국내법상 재활용 불가 폐기물로 분류돼 담배꽁초 관리 및 재활용에 대한 정부 정책 또한 구체적으로 마련돼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에코맘코리아는 담배꽁초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살펴보고, 관리·재활용 방안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이번 토론회를 마련했다.
문진국 의원은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판매된 담배는 무려 34억7000만 갑에 이르지만 담배꽁초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인식과 관리정책은 부족한 실정이다”며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담배꽁초 관리 및 재활용에 대한 여러 방안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발제를 통해 “최근 미세플라스틱 이슈는 일회용컵 또는 비닐 등에 한정돼 있어 바다에 유입되는 다른 플라스틱에 대한 실질적 대책이 요구된다”며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관심과 대책을 다원화하는 차원에서 담배꽁초 폐기물 문제는 의미 있는 논의다”고 주장했다.
담배꽁초, 환경오염 인식 부족
담배필터 성분인 셀룰로오스 아세테이트는 생물 분해가 원활하지 않아 오염물질 유출 및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심화시키는 만큼 담배꽁초가 유혜페기물이란 인식 전환과 함께 안전한 수거전략이 필요하다.
담배꽁초에 부과되는 폐기물부담금은 1개비당 1225원으로 국내 담배 생산자는 폐기물 부담금 납부를 통해 폐기물 문제에 대한 책임을 면제받고 있는 실정이다.
홍 소장은 “WHO가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담배꽁초 폐기물 관리를 위한 EPR 적용방안을 검토할 시기가 왔다”고 강조했다.
플라스틱 폐기물 업사이클 기술로 전세계 21개 지역에 공장을 운영 중인 에릭 카와바타(Eric kawabata) 테라사이클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는 담배꽁초 업사이클링에 대한 국외 사례 및 국내 활성화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선진국들은 이미 담배꽁초 재활용 프로그램을 꽁초 수거 단계에서부터 선별, 분류 과정 등에 이르기까지 담배제조사의 투자를 받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시민들의 순환경제에 대한 인식 제고와 재활용 의사에 대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전한 재활용 수거체계 필요
담배꽁초 수거 및 재활용에 관한 신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참여해 발표를 이어갔다.
담배꽁초 수거 포장지를 개발한 양준호 어다인(주) 대표이사는 흡연자 참여형 역수거 모델인 시거랩 제품을, 한민 ㈜비움 대표이사는 가까운 쓰레기통 위치 정보 제공 및 쓰레기 배출 시 캐시보상을 진행하는 담배꽁초 수거 캐시빈 앱을 소개했다.
하영택 (사)한국흡연문화개선환경협회 부단장은 “올바르고 건전한 흡연문화를 위해 대안 제시가 시급한 상황이다”며 “무단투기 방지 매뉴얼과 안전한 재활용 수거체계가 빠른 시일 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담뱃값 인상을 통해 확보한 세수를 연구개발 및 수거비용 등에 사용해 불법 투기 근절 및 단속 강화를 꾀해야 한다”며 “생산자가 담배꽁초를 수거하는 작업이 곧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고 강조했다.
무단투기 61%는 담배꽁초
이재성 서울시 생활환경과 도시청결팀장은 “지난해 서울시의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 건수는 총 12만 건으로 이중 담배꽁초 투기단속이 7만2000건(61%)을 차지해 30억원이 넘는 과태료를 징수했다”며 “상습투기 지역에 CCTV설치, 스마트경고판 부착, 벽화·화단 등을 꾸며놓는 것을 비롯해 쓰레기 불법투기 근절을 위해 900명의 기간제 근로자를 투입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재활용 가이드 자체가 없어 분리수거한 담배꽁초도 결국 일반폐기물과 함께 처리하고 있다”며 제도적 보완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최민지 환경부 자원재활과 과장은 “담배 폐기물 부담금 사용방안은 꽁초 재활용 비용 등 부담금 산정근거를 분석·검토한 후 지자체 수거비용 지원 등 사용방안에 대한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며 “폐기물 수거체계 및 재활용 방안, 플라스틱 대체재 개발 등을 순차 추진함과 더불어 시민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담배꽁초에 대한 인식 전환 등의 홍보활동을 펼쳐나가겠다”고 주장했다.
문명희 에코맘코리아 본부장은 “담배필터의 플라스틱성분 대체재 연구와 담배꽁초 플라스틱 사용 감축목표가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며 “국민들이 담배꽁초를 유해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식하도록 건강영향 저감을 위한 실천방안 등 리스크커뮤니케이션 제공이 요구된다”고 정부의 역할을 촉구했다.
하지원 에코맘코리아 대표는 담배꽁초에 대한 제도 보완과 함께 생산자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한데 이어 국민 인식 개선을 위한 리스크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 확대를 주장했다.